Topic 1 : Theology/1-1 Christian History

3.2. 종교개혁운동을 알아보자! 2탄

얼룩말 옆 기린 2017. 8. 30. 19:01

 지난 포스팅에서 라틴어 성경의 번역 오류에 대해서 운을 띄우고 마무리를 했어요. 당시 많은 오류 중 2개의 오류를 소개해 드릴게요. 이러한 이유에 대해서는 본 서의 저자 알리스터 맥그라스가 쓴 『신학이란 무엇인가』(p.114-115)를 참고했습니다.

1. 불가타 번역(라틴어 성경)에서는 예수가 사역을 시작하면서 하신 말씀(마 4:17)을 "고해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번역하여 천국의 도래가 고해성사와 직접 연결된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이에 에라스무스는 이 구절을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다"로 번역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불가타 역본에서는 외적인 실천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수님의 본의는 내적이고 심리적인 태도, 곧 '회개한 마음'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중세에 정립된 7 성례 중 하나인 '고해성사'의 근거를 뒤흔드는 주장이었습니다. 다행히 가톨릭교회는 에라스무스의 주장이 반가울 리 없었습니다.

2. 또 다른 오류는 누가복음 1장 28절에 있습니다. 불가타 번역에는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은혜가 가득한(라틴어로 "gratia plena") 사람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런 번역은 마리아를 은혜의 창고와 같이 큰 보물들을 가득 채우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쓸 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에라스무스는 이 부분을 원어인 그리스어 뜻에 충실하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나 "은혜를 받은 사람"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은 중세에 발전한 마리아론(Mariology)에 흠집을 내는 지적이었죠.

 이렇게 르네상스의 정신은 교회 안으로 침투했고 이 때문에 교회가 공식 채택한 라틴어 성경의 권위가 실추됩니다. 그 결과 원어 성경을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더 나아가 원어를 있는 그대로 번역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습니다.

 다시 에라스무스의 저작 '그리스도인 군사의 지침서'(Enchiridion)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나갈게요.
 에라스무스는 당시 르네상스 사조에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인 군사의 지침서'에서 일반 신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을 것을 권면합니다. 사실 요즘 교회에서도 개인 묵상을 권유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특별한 일인가 하시겠지만,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성직자에게만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에라스무스의 이러한 권면은 '그리스도인 군사의 지침서'가 큰 인기를 누릴수록 더욱 논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에라스무스의 권면을 일반 신자들이 따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먼저 성경을 읽으려면 라틴어를 알아야 했습니다. 당시 라틴어는 지식인들의 언어였습니다. 지식인들은 고대부터 써 왔던 로마의 언어로 고대의 문헌들을 보며 모든 학문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를 써왔습니다.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기 위해서는 라틴어를 알아야 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성경이 있어야 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면, 권면을 받아들이려는 일반 신자들은 굉장히 답답했을 것입니다. 아니, 일반 신자가 교회의 희망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희망이 되어보겠다는데 그러려면 라틴어를 배워야 하고, 성직자들에게만 허락된 성경을 어떻게든 구해야 합니다.

윌리엄 틴데일과 영문 신약성경. 틴데일은 영문으로 성경을 옮겼고 이로인해 사형을 당했다.


 이에 개혁가들은 일반 신자들이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게 하려고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하기 시작합니다. 또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의 발달로 자국어 성경의 보급이 굉장히 수월해졌습니다.
 개혁가들은 성경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가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해석한 주석들을 자국어로 출판합니다. 또, 기독교나 개신교의 신앙고백이나 교리들을 쓴 책들도 일반 신자들을 위해 자국어로 출판합니다.

FIVE SOLAE

 프로테스탄트운동에는 5대 솔라(Five Solae : 다섯 가지 '오직')라는 슬로건이 있었습니다.

 1. 오직 성경(Sola Scriptura) : 모든 권위는 오직 성경에 있다.
 2.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온다.
 3. 오직 은혜로(Sola Gratia) : 우리가 행한 것이 아니라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
 4.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 죄 사함과 구원은 믿음에서 온다. (롬 3:21-25)
 5.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만 돌려야 한다.

 이 중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것과 관련된 '오직 성경'이라는 슬로건에는 두 가지 개념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경의 충족성'과 '성경의 명료성'입니다.
 '성경의 충족성'은 성경에는 구원에 이르는 모든 진리가 충분히 담겨 있다는 개념이고.
 '성경의 명료성'은 누구든지 성경을 읽는다면 특별한 도움 없이 구원에 이르는 핵심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일반 신자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었습니다. 일반 신자가 구원에 이르는 충분한 진리가 담긴 성경을 읽고 거기서 구원에 필요한 핵심 진리들을 쉽게 알 수 있으니, 이런 일은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상이 대중들에게 빠르게 번져나가자 가톨릭 저술가들은 개혁가들이 주장한 성경의 명료성을 공격합니다. 즉, 성경의 진리는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밖에도 '개신교가 신자 개개인을 성경의 해석자로 만들어 버린 탓에 교회가 통일된 해석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더 나아가 '개신교는 일반 성도들이 집단 본능을 따라가면서 이것이 마치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인 양 생각하게 만들고 성경이 해석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추었다.'라고 주장하며 종교개혁 운동에 맞섰습니다.

 오늘은 종교개혁과 성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신칭의'라는 종교개혁의 중요한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알리스터 맥그라스 기독교의 역사』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부족한 내용은 여러 서적과 사전을 참고합니다.
 포스팅 제목에 있는 번호는 본서의 챕터 번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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