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왕 이야기

 

이 글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나온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1.

 한 나라에 어진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백성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백성과 함께 살았다. 백성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을 흘리고 백성들의 기뻐할 때도 누구보다 환한 기쁨을 표현하던 왕이었다.
 백성들도 어진 왕을 사랑하여 그의 왕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백성들은 서로 시기하거나 싸우지 않았다. 어떤 것을 두고라도 싸울 필요가 없었던 것은, 왕국엔 제로섬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든 것의 주인인 왕이 후하게 주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서로 시기하거나 욕심을 품는 대신,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의 일을 제 일처럼 여겼다. 이토록 아름다운 왕국이 성 밖을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왕국을 망쳐놓고 왕위를 찬탈하려는 악마에게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악마는 왕국 백성으로 위장하여 그들이 마시는 우물에 미치광이가 되는 약을 탔다. 그리고 말했다.

 "여러분 사실 이 나라의 왕은 좋은 왕이 아닙니다. 우리는 더 좋은 왕을 뽑을 수가 있습니다. 아, 우리 스스로가 왕이 되면 되겠네요. 어떻게 그 일이 가능하냐 하면... 이 물을 마셔보세요. 지금부터 이 물을 마시면 여러분들은 그 모든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악마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백성들은 우물물을 마셨다. 물을 마신 백성들은 하나둘 미쳐가기 시작했고 악마의 선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내 모든 백성이 미쳐버렸다. 왕국에서 미치지 않은 사람은 왕의 우물에서 물을 마시던 어진 왕뿐이었다. 왕은 그의 사랑하는 백성이 미친 것을 보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왕은 백성들이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그들을 사랑했다. 백성들은 왕의 말을 무시하고 되려 제정신인 왕이 미쳤다고 했지만, 왕의 사랑은 백성들이 점점 더 정신을 잃을수록 더 활활 타는 듯했다. 고민이 깊어진 왕은 결정을 내렸다.

 바로 자신이 그 우물물을 마시기로 한 것.

 어진 왕은 사랑하는 자신의 백성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백성들처럼 되더라도 왕은 계속해서 사랑하는 그들의 왕으로 살고자 했다.

 왕이 우물물을 마시려고 마을로 내려갔다. 미쳐버린 백성들이 왕을 알아차리면 당장이라도 돌을 던질 수도 있었기에 왕은 누추한 옷으로 자신을 감싸고 그 우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두레박을 내려 물을 길어 올리는 왕은 사랑하는 백성들과 고된 일을 함께하고 이 우물에서 물을 나눠마시던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했다. 물을 마시는 순간조차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격렬하게 자신을 불태우는 듯했다.

 그때였다. 그 우물물을 마신 왕의 뜨거운 사랑 때문에 그 독약은 효과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거지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시는 것을 본 백성들은 그 거지가 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진 왕이 자신들을 사랑하여 자신과 같아지려고 한 그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졌다. 뜨거운 사랑이 그들의 심장에 닿았을 때, 백성들은 제정신으로 돌아와 왕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백성들은 왕의 사랑이 자신들을 온전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말했다.

 "우리 왕에게 돌아가자! 우리를 사랑하시는 우리 왕에게 돌아가자!"

 어진 왕의 나라는 이전보다 더 큰 사랑 안에 하나가 되었다. 어진 왕이 보인 사랑과 희생은 그의 나라를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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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